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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해외 취업 도전 삽질 후기

In a Nutshell

퇴사 후 2개월 간 캐나다 해외 취업을 준비했지만 결국 취소하게 된 과정을 복기하고 회고합니다.


Timeline

  • 06.20 퇴사
  • 06.23 워홀 비자 신청 시작
  • 06.30 캐나다 인비테이션 선발
  • 07.17 신체검사
  • 07.23 비자센터 방문
  • 07.25 워홀 비자 최종합격
  • 08.12 국문 이력서 업데이트
  • 08.13 항공권 구매(09.10 출발)
  • 08.17 이번 도전의 방향성 재정립 및 가능성 재검토
  • 08.18 영문 이력서 완성 및 조언 구하기
  • 08.19 취소 결정

1. 출발점: 퇴사 후 갈림길

퇴사를 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이직을 준비하고 있긴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생각보다 빨리 선퇴사를 하게 됐다. 퇴사를 하게 되니 시야가 열렸다. 20대부터 미뤄왔던 해외에서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외 취업으로 도전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거기에다 마침 캐나다가 작년부터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 나이 제한을 늘렸다.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나가 산다는 도전은 처음이라, 국내 기업에도 일단 지원은 해보자는 일종의 보험 심리가 남아 있었다. 정말 가고 싶은 기업들에만 지원을 해보고 되면 국내 커리어 지속, 떨어지면 해외로. 이게 내 판단이었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나니 내 몸은 이력서를 쓰기보다 비자 신청을 먼저 하고 있었다. 정보를 찾아보고 빠르게 진행했다. 이게 내가 끌리는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식으로 몸이 움직여서 실행하게 되는 선택을 믿는다. 오랜 기간 타인의 이야기를 신경쓰고 남 눈치를 보며 살아온 내게는 마음이 끌리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 첫 번째 결정: 워홀 + 해외 취업 도전 결심

퇴사 후 1개월 정도가 된 시점, 비자 신청을 시작한 지도 1개월이 되었고, 비자 발급을 위한 신체 검사라는 첫 번째 마일스톤을 마주하게 됐다. 첫 번째 마일스톤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 때 20만원이라는 그리 적지만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고민될 때는 그냥 질러 버렸다. 자꾸 고민하고 미루는 내 본능에 나름대로 저항한 것이었다.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 신체 검사를 받았다.

솔직히 나는 이 기간 동안에 내 계획을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중대한 결정이지만 준비를 미리 해두지 않았었고 집 계약 문제 등 리스크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이게 다 겁이라고 생각했고, 항상 준비하고 시작하려는 습관때문에 실행이 늦었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선택을 해가며 최종 선택까지의 확률을 높여가는 방식을 택했다.

신체 검사를 받으면 캐나다로 갈 확률이 N% 증가, 비자 발급이 완료되면 80%로 증가, 항공권을 구매하면 90%로 증가. 이렇게 상황에 내 몸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이게 좋은걸까?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은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덕분에 빠른 실행이 가능했다. 빠른 실행과 빠른 실패는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3. 실행 단계: 비자, 항공권, 준비 과정

마침내 신체 검사 이후 절차들이 빠르게 진행되어 비자 발급이 완료됐다. 퇴사 후 33일차였다.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완료했다. 빠른 실행을 잘 못하지만 하고 싶은 나에게는 꽤나 의미 있고 잘했다고 느낀 일이었다.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9월 중 캐나다로 가게 됐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이제 항공권 구매와 함께 정확한 출발 날짜를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3주 정도 정보 수집과 이력서 작성을 하며 늘어진 나를 발견했고, 이럴 거면 일단 빨리 캐나다로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충동적으로 26일 후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매해버렸다. 예상 출발 날짜보다 19일 빠른 날짜였다.


4. 현실 직면: 정보 수집과 깨달음

항공권을 구매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고 나는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또 다시 상황이 나의 판단과 행동을 만들었다. 미친 듯이 영문 이력서를 마무리하고 해외 채용 공고를 보기 시작했다. 캐나다 개발자 취업 멘토분께 직접 질문도 하고 관련 커뮤니티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면서 빠르게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워홀 생활을 하며 해외 취업을 하겠다는 내 계획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심지어 해외 취업에 올인해도 현재 상태로는 매우 어렵다는 판단까지도 하게 됐다.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예상보다 좋지 않은 캐나다 채용 시장

    캐나다 채용 플랫폼인 LinkedIn, Indeed, Glassdoor을 통해 채용 공고를 보니 캐나다(정확히는 토론토) 취업 시장의 현실은 더욱 안 좋았다. 특히 Senior 미만, Entry-level 포지션은 공고 수가 극명히 적었다. 그에 더해 나의 기술 스택인 Node.js 백엔드 공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 미리 파악하지 못한 해외 취업의 허들

    해외 취업이 국내 취업보다 어려운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둘은 생각보다 차이점이 많았다. 거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이력서 스타일, 채용 플랫폼, 레퍼럴의 중요성 등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될거야"라는 생각이 비현실적이었다고 깨닫게 됐다. 그리고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취업 준비보다 더 많은 내용을 준비해야 했다. 절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절대적 시간 비용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투자가 필요했다.

  • 국내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음

    국내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예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현지에 가서 직접 부딪치며 도전하는 것이 확률이 높지만, 그러기에 리스크가 생각보다 너무나도 컸다. 경력을 쌓고 국내에서 지원을 해가며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5. 두 번째 결정: 방향 전환

이제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1. 해외 경험 + 해외 취업 도전
  2. 해외 취업에 올인
  3. 일단 국내 커리어를 쌓는 방향으로 전환

빠르게 각 선택지의 장단점과 절차를 따져봤다. 1번과 2번이 내가 생각한 3개월이라는 기간으로는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면서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일단 국내 커리어를 쌓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6. 느낀 점

배운 것들

  • 안타깝지만 이제는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현실적으로 터무니없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고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의 상황은 복잡해지고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는 결국 한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준비가 더 필요했다. 욕심이었다.
  • 최근 몇 년간 장기적 관점에서의 판단을 너무 안 하고 살아왔다. 무계획형을 추구하는 계획형이자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나에게 이번 경험이 장기적 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다.
  • 해외 취업에 대해 0~10 중에 1까지는 전진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다시 도전할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

  • 해외 취업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너무 적었다. 주변에 누가 해냈다는 긍정적인 사례만으로 판단했다. 항상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망설이는 내 성향에 저항하여 반대의 방식을 의도적으로 택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 극단적인 것은 좋은 판단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앞으로 가져가야 할 교훈

  •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판단력을 더 기르기. 해외 채용 공고를 미리 보는 판단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서 온 생각
  • 네트워킹 등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 활동에 집중하기
  • 매몰비용에 의한 판단은 조금 더 거리두기

7. 마무리

눈에 보이는 결과만 보면 손해본 것이 많고 낭비로 볼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얻은 것이 있고 이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해외 취업에 도전할 지는 확신은 없다. 주로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집중하는 내 성향상 일단 국내에서 더 전문성을 키우고 성과를 내고 싶다.